[뮤지컬 "김종욱 찾기"] 첫사랑 보다 무서운 환상 (첫사랑,멀티맨,소극장,FAQ)
뮤지컬 '김종욱 찾기'에서 첫사랑을 잊지 못해 다른 사람의 프러포즈를 거절한다는 설정, 다들 한 번쯤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 않나요? 저도 그 감정이 무엇인지 공감할 수 있어서 직접 대학로 틴틴홀을 찾아갔습니다. 막연히 낭만적인 로맨스 뮤지컬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관람하고 나서 생각이 꽤 달라졌습니다. 단순히 첫사랑을 그리워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인연을 적극적으로 붙잡아야 비로소 진짜 운명이 된다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작품이었습니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 대학로 틴틴홀
공연일 : 2026.03.07 ~ 2026.09.27
위치 : 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로 144 (동숭동) 틴틴홀
공연시간 : 100분 (관람연령 만 7세 이상)
티켓 가격 : 전석 50,000원
목차
첫사랑보다 더 무서운 건 환상이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대학로를 대표하는 창작 뮤지컬입니다. 창작 뮤지컬이란 외국 라이선스를 들여오지 않고 국내에서 순수하게 창작한 공연을 뜻하며, 이 작품은 영화로 먼저 세상에 나온 뒤 뮤지컬로 재탄생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유와 임수정 주연의 영화로 대중에게 먼저 알려졌고, 이후 무대 위에서 다시 생명을 얻었습니다.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인도 여행 중 만난 남자 '김종욱'을 잊지 못해 다른 사람의 프러포즈를 거절하는 서지우, 그리고 소심하고 융통성 없지만 '첫사랑 찾기 사무소'를 운영하는 한기준이 만납니다. 지우는 아버지의 권유로 사무소를 찾아 김종욱을 찾아달라고 의뢰하고, 두 사람은 첫 사랑을 찾아 전국을 돌며 티격태격하다 서로에게 마음이 기웁니다.
결말에서 지우는 진짜 김종욱을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막상 마주한 그는 수년간 머릿속에 그려온 환상 속 인물과 전혀 달랐습니다. 여기서 이 작품이 말하려는 핵심 메시지가 드러납니다. 우리가 그리워하는 건 그 사람 자체라기 보다, 지나간 시절에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낸 이미지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첫사랑은 가장 순수하고 소중한 감정이라고 포장되지만 , 저는 이 작품을 보고 나서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어쩌면 첫사랑 그 자체보다 그 기억을 비현실적으로 미화하는 오랜 시간이 더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나간 사랑보다 마지막 사랑이 더 기억에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습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떠오르는 사람이 진짜 내 사람일 테니까요. 그런 관점에서 이 작품이 결국 첫사랑에서 벗어나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 마음을 열며 마무리된다는 점이 저에게는 무척 설득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멀티맨이 없었다면 이 무대는 무너졌을 것이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에서 가장 먼저 짚어야 할 건 바로 출연 구조입니다. 단 세 명이 무대에 오릅니다. 여주인공, 남주인공, 그리고 멀티맨(Multi-man). 멀티맨이란 한 배우가 극 중 다수의 역할을 소화하는 연기 방식을 뜻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무려 10개 이상의 캐릭터를 혼자서 연기합니다. 지우의 아버지, 인도 현지인, 여행지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까지 순식간에 전환합니다.
처음에는 단 세 명이서 이 긴 러닝타임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반신반의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관람해 보니 멀티맨의 존재야말로 이 뮤지컬의 텐션(tension), 즉 무대 위 긴장감과 활력을 끝까지 유지해 주는 핵심 동력원임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남녀 주인공이 감정선을 진지하게 쌓아가는 동안, 멀티맨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흐름을 유연하게 환기하며 극의 속도감을 완벽하게 조율해 냈습니다. 어쩌면 주인공들보다 멀티맨의 열연에서 더 깊은 인상과 카타르시스를 느낀 관객이 비단 저뿐만은 아닐 것입니다.
이번 관람에서 특히 눈에 띄었던 것은 최소현 배우의 연기였습니다. 무대를 완전히 장악하는 압도적인 앙상블 연기 덕분에, 혼자서 수많은 인물을 연기하면서도 각 캐릭터의 개성이 겹치지 않고 전혀 다른 사람처럼 빛났습니다. 표정 하나, 목소리 톤과 제스처 하나가 바뀔 때마다 순식간에 인물이 전환되었는데, 그 과정이 워낙 자연스러워서 관람하는 동안 의식적으로 '저 배우가 방금 그 사람과 같은 사람이구나' 하고 떠올려야 할 정도였습니다.
문득 이 작품을 전통적인 의미의 뮤지컬로 분류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게 되었습니다. 뮤지컬(Musical)이란 대사와 노래, 춤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공연 장르를 뜻합니다. 하지만 '김종욱 찾기'는 일반 대형 뮤지컬에 비해 넘버(노래)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고 대사 중심의 서사로 진행됩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연극에 더 가깝다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기본 대본 자체가 워낙 탄탄하고 짜임새가 좋아 그러한 아쉬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굳이 노래가 많지 않더라도 이야기의 완성도가 높다면 훌륭한 뮤지컬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이 작품이 증명해 줍니다.
<< 뮤지컬 '김종욱 찾기' 핵심 구성 특징 >>
- 3인 극 구조: 여주인공, 남주인공, 멀티맨으로만 구성되며, 멀티맨 1인이 10개 이상의 배역을 순발력 있게 소화합니다.
- 대사 중심 서사: 일반 뮤지컬에 비해 넘버 비중이 낮고, 밀도 높은 대사와 연기로 감정선을 깊이 있게 이끌어갑니다.
- 대학로 소극장 특성: 아담한 소극장 공간에서 상연되어 배우와 관객 사이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가 매우 가깝습니다.
- 순수 창작 뮤지컬: 대중에게 친숙한 영화 원작을 바탕으로 무대 언어로 재해석된 대표적인 국내 창작 뮤지컬입니다.
소극장 공연, 기대와 현실 사이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을 처음 관람하는 분이라면 미리 알아두면 좋은 점들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소극장 공연은 배우와의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 생동감이 크다고 알려져 있으며,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그 가까운 거리감은 큰 장점인 동시에 환경적인 한계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당시 틴틴홀은 새로 단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음향 시스템이 아직 완전히 자리를 잡지 못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음향 믹싱(Audio Mixing)이란 여러 음원과 마이크 소리를 균형 있게 조절하는 작업을 뜻하는데, 이날은 간간이 마이크 사운드가 어수선하게 튀거나 밸런스가 흔들리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기존에 연극 전용 공연장이었던 공간을 뮤지컬 무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겪는 과도기적 문제로 보였습니다.
좌석의 아쉬운 점도 솔직히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소극장 특성상 좌석 피치(Seat Pitch), 즉 앞뒤 좌석 간의 간격이 좁고 의자 자체의 쿠션감도 대극장에 비해 다소 부족한 편입니다. 공연에 온전히 몰입하는 데 결정적인 방해가 되지는 않지만, 편안한 관람 환경을 중요하게 여기신다면 사전에 참고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열연은 그 모든 환경적 아쉬움을 단숨에 압도했습니다. 특히 최소현 배우의 무대 위 프레즌스(Presence), 즉 무대를 자신의 에너지로 완전히 장악하는 존재감 덕분에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공연장을 나서며 "음향 환경이 조금 아쉬웠다"는 생각보다 "저 배우의 다음 작품도 꼭 찾아봐야겠다"는 마음이 먼저 들었을 정도입니다.
뮤지컬 관람을 고려하는 분들께는 한국공연예술센터에서 국내 창작 뮤지컬 관련 정보를 확인해보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또한 상세한 공연 예매 일정은 인터파크 티켓 공식 페이지에서 직접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만남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연인들이라면 특히 이 작품이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아직 서로를 깊이 알아가는 과정에 있는 분들이라면, 이 이야기가 단순한 로맨스 극을 넘어 깊은 울림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첫사랑의 달콤한 환상에 머무르는 것과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 진솔해지는 것, 그 진정한 선택의 의미에 대해 한 번쯤 깊이 생각해보게 만드는 작품이니까요.
자주 묻는 질문 (FAQ)
Q. 김종욱 찾기 뮤지컬은 원래 영화 아닌가요, 어떻게 다른가요?
A. 맞습니다. 공유와 임수정 주연의 영화가 먼저 대중에게 알려진 후 무대 뮤지컬로 재탄생한 작품입니다. 일반적으로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은 감동이 희석되기 쉽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제 경험상 이 작품은 소극장이라는 아담한 공간의 밀도 덕분에 오히려 인물들의 감정선이 더욱 촘촘하게 전달되었습니다. 영화를 이미 보신 분들이라도 무대 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색다른 매력을 충분히 즐기실 수 있습니다.
Q. 멀티맨의 비중이 그렇게 큰가요? 단순한 조연이 아닌가요?
A. 일반적인 조연이라고 보기에는 극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이 매우 큽니다. 멀티맨 단 1인이 10개가 넘는 다양한 캐릭터를 능숙하게 소화하며 극의 속도감과 에너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안정적으로 조율합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남녀 주인공 위주로 관람하리라 생각했으나, 막상 공연을 보고 나서는 멀티맨의 열연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 배우의 활약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두 주인공의 감정선 또한 온전히 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Q. 소극장 공연이라 불편하지 않나요?
A. 무대 위 배우들과의 거리가 매우 가깝고 생생한 교감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은 대형 공연장이 흉내 낼 수 없는 큰 장점입니다. 다만 소극장 특성상 좌석 앞뒤 간격이 좁고 의자 쿠션감이 다소 아쉽기 때문에 장시간 착석 시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허리나 관절이 불편하신 분이라면 이 점을 사전에 참고하고 방문하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Q. 뮤지컬인데 노래가 별로 없다고요?
A. 대형 뮤지컬에 비해 노래 비중이 낮고 대사 중심입니다. 일각에서는 아쉽다는 평도 있지만, 탄탄한 대본과 연기가 이를 충분히 상쇄합니다. 전통 뮤지컬보다는 음악이 가미된 연극에 가깝고, 그것이 이 작품의 정체성입니다.
Q. 어떤 분께 추천하나요?
A.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연인들이나 20대 관객분들께 추천합니다. 첫사랑의 환상과 현재 곁에 있는 사람 사이에서 고민해 본 분이라면 이야기가 깊게 와닿을 것입니다. 소극장 특유의 친밀한 분위기 덕분에 뮤지컬 입문자에게도 관람 장벽이 낮은 작품입니다.
공연장을 나서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첫사랑이 대단한 게 아니라, 그걸 붙잡고 놓지 못하는 내가 문제였을 수도 있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음향이 조금 어수선하고 좌석이 불편했던 건 사실이지만, 그런 환경적 아쉬움이 전혀 기억나지 않을 만큼 배우들의 무대가 강렬했습니다.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이 궁금하다면, 혹은 지금 누군가와 연애 중이며 마음 깊이 공감할 무언가를 찾고 있다면 이 작품은 꽤 훌륭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