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12년만에 컴백 : 희생,해석,이유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가 12년 만에 새 프로덕션으로 돌아옵니다. 2026년 11월 11일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개막해 2027년 2월 8일까지 공연됩니다. 저는 원작 소설도, 2012년 초연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처음 자료를 찾아보다가 꽤 오래 멈춰 있었습니다. 단순한 시대극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공연 정보 (2026년 9월 16일 기준)
- 공연 기간: 2026년 11월 11일(수) ~ 2027년 2월 8일(월)
- 공연장: 광림아트센터 BBCH홀
- 주소: 서울특별시 강남구 논현로 163길 33
- 티켓 가격: VIP석 160,000원 / R석 140,000원 / S석 110,000원 / A석 80,000원
- 관람등급: 8세 이상 관람가
- 관람시간: 170분
- 예매처: YES24 티켓
예매 일정과 회차별 공연 시간은 변동될 수 있으므로 관람 전 예매 페이지에서 공연 날짜와 좌석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12년 만의 재연, 달라진 것들
흔히 재연(再演)이라고 하면 초연의 구성을 크게 유지하면서 캐스팅만 바꾸는 방식이 일반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재연은 이미 공연된 작품을 다시 무대에 올리는 것을 뜻합니다. 관객 입장에서는 익숙한 구성 안에서 배우의 해석 차이를 보는 것이 주된 즐거움이 됩니다. 그런데 이번 《두 도시 이야기》는 조금 다릅니다.
제작사 쇼노트는 대본을 전면 각색하고 무대와 의상을 새롭 구성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Frank Wildhorn)의 신곡이 2곡 추가됩니다. 와일드혼은 《지킬 앤 하이드》, 《드라큘라》 등으로 국내 뮤지컬 팬들에게 이미 익숙한 작곡가입니다. 신곡 가운데 한 곡은 2025년 일본 프로덕션에서 먼저 선보인 뒤 이번 한국 공연에서 소개됩니다. 다른 한 곡은 이번 한국 프로덕션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될 예정입니다. 세계 초연(World Premiere)이라는 점은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재연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실제로는 상당 부분 새로운 작품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프로덕션에서 눈에 띄는 변화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대본 전면 각색 — 기존 구성을 토대로 하되 새로운 해석을 반영
- 무대 및 의상 디자인 전면 재구성 — 12년 전과는 다른 시각적 언어를 사용
- 프랭크 와일드혼 신곡 2곡 추가 — 그 중 1곡은 한국에서 세계 초연
- 캐스팅 라인업 — 시드니 칼튼 역에 카이, 신성록, 고은성 / 루시 마네트 역에 선민, 이지혜, 김수연 등
2012년 공연을 직접 본 관객이라면 비교하는 재미가 있을 것이고, 저처럼 초연을 모르는 관객에게는 오히려 부담 없이 진입할 수 있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희생은 정말 사랑일까
일반적으로 희생(犧牲)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숭고함, 대단함 같은 단어를 먼저 떠올립니다. 희생은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포기하여 타인에게 이익이나 안전을 주는 행위를 뜻합니다. 그런데 저는 자료를 읽으면서 시드니 칼튼의 선택이 순수한 이타심에서만 나온 것인지 계속 의심하게 됐습니다.
시드니 칼튼은 염세적(厭世的)이고 방탕한 삶을 살아온 변호사입니다. 염세적이라는것은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면서 삶에서 의미를 찾기 어려워하는 태도를 말합니다. 그런 그가 루시 마네트를 사랑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자신의 삶에서 의미를 찾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루시는 이미 찰스 다네이와 결혼한 사이입니다. 얻을 수 없는 사랑 앞에서 그가 선택한 것은 포기도, 집착도 아닌 대리 희생이었습니다.
저는 이 선택이 처음부터 쉽게 이해되지는 않았습니다. 요즘의 사랑은 상대를 위해 무조건 자신을 희생하기보다는, 서로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감정을 조율하는 경우가 더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드니의 선택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이것을 현대의 사랑과 단순하게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시대와 사회가 달라졌고, 사랑을 바라보는 방식 역시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행복보다 다른 사람의 행복을 먼저 선택하는 시드니의 모습은 지금의 관점에서도 쉽게 지나치기 어려운 질문을 남깁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정말 상대를 얻는 것일까요, 아니면 때로는 상대의 행복을 위해 자신이 물러나는 것일까요.
구원(救援)이라는 개념도 여기서 함께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구원이란 위험이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얻는 것을 의미하는데, 《두 도시 이야기》에서는 찰스를 구하려는 시드니의 행동이 결국 자신의 삶에도 의미를 부여합니다. 다른 사람을 살리는 선택이 오히려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는 계기가 되는 것입니다.
저는 이 지점 때문에 시드니 칼튼의 이야기가 단순한 사랑 이야기로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얻지 못했지만, 마지막 선택을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지 결정합니다. 어쩌면 이 작품에서 말하는 희생은 누군가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는 행위만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잃었던 사람이 마지막 순간에 스스로 의미를 선택하는 과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신성록, 시드니 칼튼의 새로운 해석
캐스팅 발표를 보고 제가 이 공연을 주목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시드니 칼튼 역 세 명 중 신성록이 포함됐다는 사실입니다. 수트와 롱코트가 어울리는 외형적 조건도 있지만, 제가 더 관심을 두는 것은 그가 준비하는 방식입니다. 캐릭터별로 소품과 디테일을 직접 제안한다는 이야기가 알려져 있는데, 그 방식은 단순히 대본을 소화하는 것을 넘어서 인물을 만들어가는 작업에 가깝습니다.
시드니 칼튼은 겉으로는 냉소적이지만 내면에 상당한 깊이가 있어야 하는 역할입니다. 특히 이번 프로덕션은 대본이 전면 각색됐기 때문에, 배우가 인물을 해석하는 방식이 이전과 달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카이, 신성록, 고은성이라는 세 배우가 같은 역할을 각자 어떻게 표현하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이 공연의 관람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라이선스 뮤지컬(License Musical)이라는 점도 이번 공연을 이해할 때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라이선스 뮤지컬은 해외에서 만들어진 작품의 공연 권리를 확보한 뒤 다른 나라에서 공연하는 형태를 말합니다. 원작의 음악과 기본적인 작품 구조를 바탕으로 하지만, 실제 공연에서는 현지 배우와 제작진의 연출과 해석이 더해집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두 도시 이야기》의 전면 각색은 특히 눈에 들어옵니다. 라이선스 작품이라고 해서 항상 원작의 모든 요소를 그대로 옮기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공연은 대본뿐 아니라 무대와 의상, 음악에도 변화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히려 이 변화가 12년 만에 돌아온 이번 공연을 기존 초연과 비교해서 볼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
작품의 원작 배경인 프랑스 혁명에 대한 역사적 맥락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프랑스 혁명 항목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2026년의 관객이 이 이야기를 다르게 읽는 이유
찰스 디킨스의 원작 소설 《두 도시 이야기(A Tale of Two Cities)》는 2억 부 이상 판매된 것으로 알려진 작품입니다. 정확한 판매량을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오랜 시간 동안 세계적으로 읽혀온 대표적인 고전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출처: Guinness World Records)
그렇다고 해서 1859년의 독자와 지금의 독자가 이 작품을 똑같이 받아들일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저는 2012년 초연 당시의 관객과 2026년의 관객이 시드니 칼튼의 선택을 보는 시선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상 같은 작품도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읽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희생이나 헌신이라는 가치가 예전보다 낯설게 느껴지는 시대라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게 나쁜 것이라기보다는, 그 낯섦 때문에 오히려 무대 위에서 그 장면이 더 강렬하게 와닿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앙상블(Ensemble)의 역할도 주목할 지점입니다. 앙상블이란 뮤지컬에서 주연 외에 무대의 분위기와 배경을 만들어가는 군중 배우들을 의미하는데, 프랑스 혁명이라는 배경에서 이들이 만들어내는 집단의 움직임은 단순한 장식이 아닙니다. 개인의 선택이 시대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이 앙상블이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한 사람의 결정이라는 대비, 이것이 이 작품이 오래된 고전임에도 계속 무대에 올려지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아직 이 공연의 티켓을 예매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자료를 찾으면서 점점 보고 싶어진 작품이 됐습니다. 특히 신성록이 시드니 칼튼을 어떻게 해석할지가 궁금합니다. 11월 개막 이후 초반 관람 후기들이 쌓이기 시작하면 그때를 기준으로 캐스팅을 골라 예매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2027년 2월 8일까지 공연 기간이 길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고 원하는 캐스팅을 골라볼 여유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