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 '모두의 연애' : 해석,소극장,사람

연애를 잘하는 사람이 따로 있을까요? 저는 한동안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주변을 돌아보면 연애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오히려 더 복잡한 갈등을 겪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2026년 10월 대학로 든해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모두의 연애》를 알게 된 건 그 질문이 머릿속에 남아 있을 때였습니다. 서른이라는 나이의 여섯 인물이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바라본다는 설정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특히 “사랑은 속도전이 아니다”라는 문장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연애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제 모습과도 묘하게 겹쳐 보였기 때문입니다.




연애가 어려운 건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해석의 문제입니다

연락이 한 시간 늦게 왔을 때 어떻게 받아들이시나요? 누군가는 “바빴겠지” 하고 넘기지만, 다른 누군가는 “나한테 관심이 식었나?”라고 생각하며 하루 종일 신경 쓰기도 합니다. 같은 행동인데 받아들이는 의미는 전혀 다릅니다. 제가 연애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도 바로 이 지점이었습니다. 상대에게 특별한 의도가 없었는데도 저는 상처를 받았고, 상대는 왜 제가 서운해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해석과 관련해 귀인 편향(Attribution Bias)이라는 개념을 사용합니다. 귀인 편향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상황보다 그 사람의 성격이나 의도와 연결해 해석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연인 사이에서는 “답장이 늦은 건 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서”라는 식으로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문제는 실제 의도와 내가 해석한 의미가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출처 : 미국심리학회(APA)]

《모두의 연애》가 눈에 들어온 것도 그래서였습니다. “진짜 열심히 사는데 되는 게 없다”는 작품의 소개 문구가 단순한 연애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여섯 명의 인물이 각자의 방식으로 관계를 바라본다면, 결국 중요한 것은 누가 누구를 좋아하느냐보다 서로의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애에서 자주 언급되는 애착 유형(Attachment Style)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애착 유형은 가까운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나타나는 정서적 반응의 패턴을 설명하는 개념입니다. 불안형은 상대의 반응에 민감해지기 쉽고, 회피형은 갈등이 생겼을 때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차이를 단순한 성격 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답을 빨리 받고 싶어 했고, 남자친구는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서로 답답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문제는 성격보다 서로의 행동에 어떤 의미를 붙였느냐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연락이 없으면 불안했고, 남자친구는 계속 확인받는 상황을 부담스러워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모두의 연애》에서 여섯 인물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만큼이나, 서로의 행동을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보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고 해서 상대를 항상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소극장이라는 공간이 연애극을 다르게 만드는 이유

공연 정보를 확인하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장소였습니다. 든해소극장, 구 모모씨어터 B1. 지하에 있는 작은 공연장이라는 점부터 눈길이 갔습니다. 소극장 공연에서는 배우와 관객 사이의 거리가 가까운 경우가 많습니다. 프로세니엄 아치(Proscenium Arch)는 무대와 객석을 액자처럼 구분하는 구조를 말하는데, 이런 무대 구분이 상대적으로 덜한 공간에서는 배우의 표정이나 움직임을 가까이에서 바라보게 됩니다. 연애극에서는 이런 거리가 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말과 행동이 다르게 보이는 순간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예전에 소극장에서 연애극을 봤을 때 웃고 있는 배우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장면을 본 적이 있습니다. 대사로 설명하지 않았는데도 그 인물이 어떤 상태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그때부터 연애극을 볼 때는 말뿐 아니라 표정과 행동도 유심히 보게 됐습니다.

《모두의 연애》를 관람한다면 저는 다음 부분을 눈여겨볼 것 같습니다.

  1. 인물들이 서로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보기
    같은 관계에서도 기대하는 것이 다르면 갈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2. 대사와 행동이 같은지 살펴보기
    소극장에서는 작은 표정이나 몸짓도 비교적 잘 보이기 때문에 말과 행동의 차이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3. 인물을 너무 빨리 판단하지 않기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행동이 뒤에서 다른 의미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4. 혼자 관람해도 괜찮다는 점
    제목처럼 연애는 누구에게나 익숙하거나 낯선 경험일 수 있습니다. 꼭 커플로 봐야 하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공연 시간은 평일 19시 30분, 토·일 및 공휴일은 13시, 15시 30분, 18시로 회차가 나뉩니다. 80분 분량으로, 인터미션(Intermission) 없이 진행됩니다. 티켓은 전석 35,000원으로 안내되어 있습니다. 다만 공연 일정이나 좌석 가격은 변동될 수 있으므로 예매 전 공식 공연 정보를 다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출처: 공연예술통합전산망 KOPIS).


사랑할 때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사랑은 속도전이 아니다”라는 작품 소개 문구를 처음 읽었을 때, 솔직히 조금 의외였습니다. 연애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라면 빠르게 가까워지고 갈등이 생기는 전개를 먼저 떠올렸는데, 이 작품은 서로 다른 속도를 기다려주는 이야기에 더 가까워 보였기 때문입니다.

연애에서는 두 사람의 마음이 항상 같은 속도로 움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은 빨리 관계를 확인하고 싶고, 다른 사람은 조금 더 지켜보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정서 조절(Emotion Regulation)은 자신의 감정 반응을 상황에 맞게 다루는 과정을 뜻하는데, 연애에서는 내 감정을 표현하는 것만큼 상대가 감정을 정리할 시간도 존중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출처: 미국심리학회 APA).

제 경험을 돌아봐도 마음의 크기보다 속도의 차이 때문에 힘들었던 순간이 더 많았습니다. 저는 빨리 답을 듣고 싶었고, 상대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당시에는 누가 맞는지를 따졌지만 지금 생각하면 서로 다른 속도를 인정하지 못했던 것이 더 큰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모두의 연애》에서 여섯 명의 인물이 각자의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부딪힌다는 점도 그래서 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특히 30대 초반이라는 설정에서는 연애만 생각하며 살기 어렵습니다. 일이나 꿈, 인간관계처럼 이미 만들어진 삶이 있고,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고 해서 그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사랑이 어떤 선택을 만들어내는지 궁금합니다.

공연을 보기 전에 제 연애 방식도 한번 돌아보려고 합니다. 나는 상대의 마음을 기다리는 편인지, 아니면 작은 행동 하나에도 먼저 의미를 붙이는 편인지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실제로 작품 속 인물의 행동과 내 경험이 겹치는 순간이 생긴다면, 80분이라는 공연 시간이 조금 다르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10월 대학로에서 볼 공연을 찾는다면 《모두의 연애》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내가 잘못한 걸까, 상대가 잘못한 걸까”라는 고민을 해본 사람이라면 인물들의 이야기가 낯설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는 서로 다른 감정의 속도를 어떻게 풀어낼지가 궁금합니다. 여섯 명의 선택을 따라가다 보면 저 역시 지나간 관계를 떠올릴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