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히든퍼즐" 추리해보자 (멀티,참여,소극장)

《히든퍼즐》"관객 참여형"이라는 말이 오히려 부담이었습니다. 무대 위로 끌려 나가서 어색하게 서 있는 상황이 떠올랐거든요. 그런데 연극 히든퍼즐은 그 방식이 달랐습니다. 객석에 앉은 상태에서 사건을 따라가며 직접 추리하고, 내가 내린 판단이 이야기의 흐름과 결말에 영향을 줍니다. 관객이 배우와 직접 대사를 주고받는 방식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보기만 하는 공연도 아닙니다. 이 차이가 생각보다 컸습니다.《히든퍼즐》은 현재 대학로 컬쳐씨어터에서 오픈런으로 공연되고 있으며, 올가을에는 대구와 대전 공연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연극 히든퍼즐 노트 이미지


CCTV가 된다는 게 실제로 어떤 느낌인가

히든퍼즐을 보기 전에 제가 가장 궁금했던 건 "도대체 관객을 어떻게 사건에 끌어들이는 걸까?"였습니다. 공연 소개에 'CCTV'라는 표현이 있었는데, 처음엔 마케팅 용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공연장에 앉고 나서 이 표현이 꽤 정확한 비유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인터랙티브 시어터(Interactive Theater)란 관객이 단순히 이야기를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공연의 진행이나 선택 과정에 직접 관여하는 공연 형태를 뜻합니다. 《히든퍼즐》역시 이런 방식을 사용하지만, 관객을 무대 위로 올리는 대신 객석에서 판단자로 앉히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배우와 직접 무언가를 해야 하는 부담은 적은데, 이상하게도 사건에 관여하고 있다는 느낌은 분명했습니다.

제가 공연 중에 가장 집중했던 건 배우들의 대사보다 행동이었습니다. 추리극에서 알리바이(alibi)는 사건이 발생한 시간에 용의자가 해당 장소에 없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근거를 뜻하는데, 히든퍼즐에서는 이 알리바이가 각 인물의 행동 패턴 속에 숨어 있었습니다. 말로 설명되는 게 아니라, 배우의 움직임과 타이밍 속에 녹아 있어서 집중하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게 됩니다.

내 친구는 중반부에 이미 범인을 특정하고 있었는데, 저는 끝까지 두 인물 사이에서 갈팡질팡했습니다. 틀려도 전혀 창피하지 않은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오히려 서로 다른 추리를 하면서 공연을 보고 있다는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극장이 꽤 시끄럽게 웃음이 터지는 순간도 있고, 그 웃음 뒤에 다시 긴장이 찾아오는 리듬이 80분 내내 반복됐습니다.

공연의 구성은 서스펜스(suspense)에 기대고 있습니다. 서스펜스란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을 통해 긴장감을 지속시키는 서사 기법입니다. 추리극에서 이 서스펜스가 유지되려면 관객에게 정보를 조금씩, 계산된 순서로 공개해야 합니다. 히든퍼즐은 코미디로 잠깐 긴장을 풀어놓은 뒤 다시 사건으로 시선을 끌어오는 방식을 반복하면서 이 균형을 유지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이 작품에서 가장 잘 설계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멀티 엔딩 구조가 재관람을 부르는 이유

《히든퍼즐》의 멀티 엔딩(multi-ending)은 단순히 결말이 여러 개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관객이 어떤 판단을 하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공연이 끝난 뒤에도 묘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결말 자체가 궁금하다기보다 “내가 그때 다른 판단을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라는 생각이 계속 들기 때문입니다.

제가 관람한 회차에서도 특정 장면에서 관객들의 판단이 나뉘었고, 그 선택이 결국 결말의 방향과 연결됐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저는 “아까 그 선택이 달랐다면 어떤 장면이 나왔을까?”라는 생각을 한동안 했습니다. 일반적인 연극을 보고 난 뒤의 여운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다 봤는데도 아직 보지 못한 장면이 남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히든퍼즐을 보면서 제가 스스로 세운 관람 원칙은 세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인물이 처음 등장했을 때 했던 말을 기억해 두는 것입니다. 초반에는 별 의미 없어 보였던 대사가 뒤에서 단서처럼 떠오르기도 합니다. 저도 지나쳤던 말을 다시 생각하며 “이것도 단서였나?” 하고 되짚어보게 됐습니다.

두 번째는 사건과 관계없어 보이는 행동도 눈여겨보는 것입니다. 특정 행동을 반복하거나 평소와 다른 움직임을 보인다면 한 번쯤 기억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모든 행동에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작은 차이를 찾아가는 과정이 추리극의 재미였습니다.

세 번째는 다른 관객의 반응에 너무 휩쓸리지 않는 것입니다. 주변의 웃음에 따라가다 보면 중요한 대사를 놓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배우 조합의 변화도 재관람할 때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2차팀이 합류하면서 같은 대본이라도 배우들의 대사 호흡이나 장면을 풀어가는 방식에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어떤 배우가 연기하느냐에 따라 웃음이 터지는 지점이나 장면의 속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학로 소극장 추리극, 어떻게 볼 것인가

《히든퍼즐》의 서울 공연장은 대학로 컬쳐씨어터입니다. 소극장 공연의 장점은 배우와 객석의 거리가 가깝다는 데 있습니다. 실제로 앉아보면 배우의 표정이나 작은 움직임까지 눈에 들어옵니다. 추리극을 볼 때는 이 부분이 꽤 중요합니다. 배우가 대사를 치는 순간의 미세한 표정 변화까지 관찰할 수 있으니, 클로즈업 없이도 인물의 진짜 감정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러닝타임은 80분이고 인터미션은 없습니다. 인터미션(intermission)은 공연 중간에 관객이 잠시 쉬는 시간을 말합니다. 쉬는 시간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이야기가 한 번에 이어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특히 추리극에서는 앞에서 나온 장면을 기억하고 있어야 뒤에 나오는 단서를 연결할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이 구성이 오히려 잘 맞는다고 느꼈습니다.

현재 확인되는 공연 정보에 따르면 《히든퍼즐》은 대학로 컬쳐씨어터에서 80분 동안 공연하며, 중학생 이상 관람가이고 인터미션이 없습니다(출처: 멜론티켓).

9월부터는 대구 송죽씨어터에서도 공연이 이어집니다. 문화포털 공연정보에는 대구 공연이 2026년 9월 10일부터 10월 25일까지 등록되어 있고, TBC 역시 같은 시기 대구 공연 소식을 전했습니다(출처: 문화포털, TBC).

9대전 공연까지 이어진다면 서울에서 보던 방식과 무엇이 달라질지도 궁금합니다. 저는 이런 공연일수록 극장의 크기와 객석에서 느껴지는 거리가 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배우의 행동을 가까이서 보고, 다른 관객들과 함께 사건을 따라가는 과정 자체가 《히든퍼즐》의 재미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작품을 볼 예정이라면 단순히 범인을 맞히겠다는 생각보다는 배우들의 행동을 조금 유심히 보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대사를 따라가는 데 집중했지만, 중간부터는 “방금 저 행동에는 이유가 있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보게 됐습니다. 추리극을 보는 방식이 조금 달라지는 순간이었습니다.


히든퍼즐은 제가 대학로 공연 중에서 관람 방식 자체가 새로웠던 몇 안 되는 작품 중 하나였습니다. 결말을 다 알아도 어떤 순간에 어떤 단서를 놓쳤는지를 다시 확인하고 싶어지는 구조, 그게 이 공연의 진짜 힘입니다. 대학로에서 직접 보실 계획이라면 사전 스포일러 없이 가시는 걸 권합니다. 단서를 직접 쌓아가는 과정이 이 공연에서 가장 오래 남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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