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우리가 안다고 믿었던 사람에 대하여(문장,시선,이미지,FAQ)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를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이상한 질문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우리가 한 사람에 대해 '알고 있다'고 믿는 것들, 그게 정말 사실일까요? 2024년 한국 초연 10주년을 맞은 이 작품은 오랜 시간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이 공연장을 찾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그 이유가 작품이 가진 이야기와 무대의 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문장이 만든 이미지,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예전에 직장 동료 한 명을 꽤 오래 오해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직접 본 일도 아니었는데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믿고 있었던 겁니다. 나중에 직접 이야기를 나눠보니 제가 알고 있던 내용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쉽게 믿으면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야기를 찾아보다가 그때 일이 떠올랐습니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된다.”

아마 이 말을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정작 마리 앙투아네트가 실제로 이 말을 했다는 확실한 기록은 없습니다. 비슷한 이야기는 그녀가 프랑스에 오기 전부터 유럽에 전해지고 있었고, 이 때문에 이 말을 마리 앙투아네트의 실제 발언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습니다.그런데도 이 문장은 오랫동안 그녀를 대표하는 말처럼 남아 있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이미 사람들의 머릿속에 만들어진 왕비의 모습과 너무 잘 맞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는 왕비가 가난한 백성에게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는 당시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부정적인 이미지와 쉽게 연결됩니다. 사실인지 아닌지를 따져보기 전에 ‘역시 그랬겠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던 겁니다.목걸이 사건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름이 사기 범행에 이용된 사건이었지만, 그녀가 직접 사건을 꾸미거나 가담했다는 증거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에게는 왕비의 사치와 타락을 보여주는 사건처럼 받아들여졌습니다.한번 만들어진 이미지는 생각보다 쉽게 바뀌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같은 행동을 보더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좋게 보이고, 이미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으니까요.

저 역시 예전에 비슷한 실수를 했습니다. 직접 확인하지 않은 이야기를 사실처럼 받아들였고, 나중에야 제가 알고 있던 모습과 실제 모습이 다르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마리 앙투아네트에 관한 이야기를 볼 때도 ‘정말 그랬을까?’라는 질문을 한 번 더 하게 됩니다.


마그리드 아르노라는 시선, 계급이 만드는 대비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의 원작은 일본 작가 엔도 슈사쿠의 소설입니다. 이 작품이 단순한 전기극, 즉 실존 인물의 생애를 무대로 옮긴 작품과 다른 점은 마그리드 아르노라는 가상의 인물을 함께 등장시킨다는 것입니다.마그리드는 실존 인물이 아닙니다. 하지만 작품 안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녀는 당시 프랑스 사회에서 가난과 불평등을 직접 겪었던 사람들의 시선을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민중은 단순히 많은 사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지배 계층과 다른 위치에 있던 사람들을 가리킵니다. 두 인물을 함께 보여주는 방식은 프랑스 혁명이라는 큰 사건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바라보게 합니다. 제가 이 작품에서 흥미롭게 느낀 부분도 바로 여기였습니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를 판단하기보다, 같은 시대를 살면서도 전혀 다른 현실에 놓여 있던 두 사람을 함께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뮤지컬에서는 두 사람의 차이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1.마리 앙투아네트는 왕비로서 궁정 안의 규칙과 질서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선택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2.마그리드는 궁정 밖에서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그래서 관객은 그녀의 눈을 통해 왕비와 당시 사회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3.두 사람의 시선이 부딪히면서 이야기는 ‘누가 옳은가’라는 질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그들을 서로 다른 위치에 놓은 사회와 시대는 무엇이었는지 생각하게 합니다.

저는 이 부분이 이 작품을 단순한 역사극과 다르게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마리 앙투아네트와 마그리드 중 한 사람의 입장만 보여줬다면 프랑스 혁명을 바라보는 시선도 훨씬 좁아졌을 겁니다. 서로 다른 위치에 있던 두 사람을 함께 보여주면서 같은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은 오늘날에도 생각해볼 만합니다. 같은 사회 안에서도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같은 문제를 전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역사 속 두 인물의 대비가 지금의 사회를 바라보는 방식과도 이어지는 이유입니다.


10년의 무대가 남긴 것, 이미지는 어떻게 고착되는가

한국에서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2014년 초연 이후 여러 차례 공연됐고, 2024년에는 초연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관객을 만났습니다. 2024년 시즌은 10년간 이어진 기존 프로덕션의 마지막 시즌이기도 했습니다. 같은 작품이라도 배우가 바뀌고 무대가 달라지면 전혀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10년 동안 공연이 이어졌다는 사실보다, 그 시간 동안 작품이 어떻게 조금씩 달라졌는지가 더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같은 대사라도 배우가 달라지면 전혀 다른 감정으로 들릴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작품 밖에서 일어나는 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리 앙투아네트라는 인물에 대한 이미지 역시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해석되어 왔습니다. 그런데도 ‘사치스럽고 현실을 모르는 왕비’라는 인상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한번 굳어진 이미지는 새로운 이야기가 들어와도 쉽게 바뀌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바라볼 때도 비슷합니다. 처음 어떤 인상을 받으면 그 뒤에 들어오는 정보까지 그 인상에 맞춰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옷을 입고 거울을 보는 평범한 일상에서도 이미지는 만들어집니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과 다른 사람이 보는 내가 꼭 같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그 차이가 생각보다 커질 수도 있습니다.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씌워진 이미지도 그런 점에서 다시 생각해볼 만합니다.

10년이라는 시간을 생각해보면, 이 작품을 계속 찾게 만든 것이 화려한 의상이나 음악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힘도 있었던 것 아닐까요.

저는 공연을 보고 나서 오히려 이런 질문이 오래 남았습니다.

‘나는 누군가를 정말 제대로 알고 있을까?’


자주 묻는 질문

Q.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실화를 그대로 재현한 작품인가요?

A. 실존 인물인 마리 앙투아네트의 삶을 중심으로 하지만, 마그리드 아르노라는 가상의 인물이 함께 등장합니다. 엔도 슈사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만큼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작품을 위한 인물과 극적인 설정이 더해졌습니다. 실제 역사와 다른 부분도 있기 때문에, 공연을 본 뒤 역사 기록을 함께 찾아보면 작품을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Q.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된다"는 말이 마리 앙투아네트가 한 말이 아니라면, 왜 그녀의 말로 알려진 건가요?

A. 이 말이 마리 앙투아네트의 발언이라는 확실한 증거는 없습니다. 비슷한 이야기는 그녀가 프랑스에 오기 전부터 전해지고 있었고, 장 자크 루소의 《고백록》에도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위대한 공주’가 비슷한 말을 했다는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그런 이야기가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붙었던 ‘사치스럽고 현실을 모르는 왕비’라는 이미지와 연결되면서 그녀의 말처럼 굳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한 번 이미지와 결합한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더라도 오래 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Q. 마그리드 아르노는 어떤 역할을 하는 인물인가요?

A. 마그리드는 실존 인물이 아닌 가상의 인물입니다. 하지만 작품에서는 당시 프랑스 민중의 삶과 시선을 보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왕비와 전혀 다른 위치에서 살아가는 인물을 함께 보여주기 때문에, 관객은 프랑스 혁명을 한쪽의 이야기로만 바라보지 않게 됩니다. 저는 이 대비가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Q. 뮤지컬을 보기 전에 역사 공부를 하고 가야 더 재미있을까요?

A. 프랑스 혁명의 기본적인 흐름을 알고 가면 장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마리 앙투아네트와 마그리드의 이야기는 공연 안에서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기 때문에 사전 지식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공연 후에 역사 기록을 찾아보면 작품이 어떤 부분을 선택하고 어떤 부분을 재구성했는지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마리 앙투아네트》를 찾아보면서 제가 가장 오래 생각했던 것은 한 가지였습니다. 내가 누군가를 안다고 생각할 때, 정말 그 사람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 걸까. 아니면 여러 번 들어 익숙해진 이미지를 그 사람이라고 믿고 있는 걸까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역사 속 왕비의 이야기가 의외로 지금의 일상과 멀지 않다고 느낀 이유도 여기에 있었습니다. 한 사람에 대한 평가는 생각보다 쉽게 만들어지고, 한번 굳어진 이미지는 사실보다 오래 남기도 하니까요.


--- 참고: https://www.xportsnews.com/article/1810193?utm_source=chatgpt.com https://www.history.com/topics/france/french-revolu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