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 "나와 할아버지" : 기억,가족,100분

가족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느냐고 물으면 선뜻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매일 얼굴을 보고 살았던 사람이라도 그 사람이 나를 만나기 전에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는 의외로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할아버지나 할머니를 떠올려 보면 함께했던 장면은 기억나지만, 젊었을 때 어떤 사람이었는지 제대로 물어본 기억은 많지 않습니다.

연극 《나와 할아버지》를 찾아보다가 마음에 걸린 것도 바로 그 부분이었습니다. 제목만 보면 손자와 할아버지의 따뜻한 추억을 그린 가족극처럼 보이지만, 작품의 출발점을 알고 나니 조금 다르게 보였습니다. 이 연극은 작가이자 연출가인 민준호와 외할아버지 사이에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2013년 남산희곡페스티벌 낭독공연을 거쳐 같은 해 대학로에서 정식 초연됐고, 2026년 다시 대학로 무대로 돌아왔습니다. (출처: 예스24 티켓).

공연 기간 : 2026년 9월 11일 ~ 11월 29일
공연장 : 예스24아트원 3관
러닝타임 : 100분, 인터미션 없음
관람연령 : 만 10세 이상
티켓가격 : 전석 55,000원

공연 일정과 가격은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공연 정보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출처: 문화체육관광부).


실제 기억이 연극이 되는 과정

《나와 할아버지》에서 먼저 눈에 들어온 부분은 자전적 연극(Autobiographical Theatre)이라는 성격입니다. 자전적 연극은 창작자 자신의 경험이나 기억을 극의 중요한 재료로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완전히 허구로 만든 가족을 바라보는 것과 실제 기억에서 출발한 인물을 바라보는 것은 아무래도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실제 있었던 일을 그대로 무대에 옮겼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연극에는 극화(Dramatization)라는 과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극화란 실제 사건이나 기록을 무대에서 전달할 수 있도록 장면과 대사, 인물의 관계로 다시 구성하는 작업을 말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이 100% 실제였는지를 맞히는 일이 아니라, 한 사람의 기억이 어떤 이야기로 다시 만들어졌는지를 보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 작품은 화려한 사건보다 할아버지와 손자 사이의 대화와 관계에 무게를 둡니다. 예스24 역시 작품을 소개하면서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과 미니멀한 무대 구성을 주요 특징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출처: 예스24 티켓).



가족인데 왜 모르는 것이 더 많을까

가족극(Family Drama)이라는 말도 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가족극은 가족 구성원의 관계와 갈등, 기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연극을 뜻합니다. 다만 《나와 할아버지》를 단순히 ‘가족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연극’이라고 정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저는 반대쪽이 궁금해졌습니다.

왜 우리는 가까운 사람에게 더 많은 것을 묻지 않을까요.

할아버지는 처음부터 할아버지였던 사람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아들이었던 시간이 있었고, 젊은 시절이 있었으며, 사랑하고 선택하고 후회했던 순간도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손자의 기억 속에서는 그 긴 시간이 사라지고 대부분 ‘나의 할아버지’로 남습니다.

여기에는 기억의 선택성(Selective Memory)도 생각해 볼 만합니다. 사람의 기억은 모든 경험을 똑같은 비중으로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장면을 선택적으로 남기고 다시 구성합니다. 연극 역시 수많은 기억 가운데 어떤 순간을 골라 무대 위에 올릴 것인가를 결정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 작품의 제목에서 저는 ‘할아버지’만큼이나 ‘나’라는 단어가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보여준다기보다 손자가 기억하고 이해하게 된 할아버지의 모습에 가까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100분 동안 무엇을 보게 될까

이번 공연은 인터미션 없이 100분 동안 진행됩니다. 무대미술 역시 작품을 볼 때 확인하고 싶은 부분입니다. 미니멀리즘(Minimalism)은 무대 장치와 시각적 요소를 필요한 만큼만 사용해 배우와 이야기 자체에 시선을 집중시키는 표현 방식입니다. 《나와 할아버지》처럼 일상의 기억과 대화가 중요한 작품에서는 큰 장치보다 배우의 말투나 침묵, 거리 같은 작은 요소가 더 크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2026년 공연에는 할아버지 역으로 김승욱·오용·양경원, 준희 역으로 신현수·표지훈·이상준 등이 참여합니다. 할머니 역에는 유지연·정선아·서예화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회차별 출연 배우가 다르므로 예매할 때 캐스팅 일정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출처: NOL 티켓).

아직 관람전이라 감동적이었다거나 어떤 배우의 연기가 가장 좋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대신 공연을 보기 전에 한 가지는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가족과 오래 함께 살았다는 사실과 그 사람을 잘 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언젠가 물어봐야지 하고 미뤄둔 이야기는 생각보다 오래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연극 "나와 할아버지"



《나와 할아버지》를 보고 난 뒤에는 작품의 내용보다 먼저, 내가 아직 묻지 않은 가족의 이야기가 떠오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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