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 "컴포터" 돌봄로봇의 선택 :사람,편리함,2037년

돌봄 로봇이 사람을 죽인다면 어떻게 될까. 뮤지컬 《컴포터》의 줄거리를 처음 읽었을 때 가장 먼저 걸린 부분입니다. 돌봄을 위해 만들어진 로봇인데 오히려 돌봄을 받던 사람을 죽입니다. 게다가 단순한 기계 고장이 아니라, 그 로봇에게 ‘컴포터’라는 이름을 붙여준 사람이 유전공학자 한영생이라는 설정입니다. 배경은 2037년입니다. 돌봐줄 사람이 없는 1인 가구에 돌봄 로봇 CARE-666이 배정되고, 뇌종양 판정을 받은 한영생의 집에도 이 로봇이 들어옵니다. 이후 청소 노동자 이레가 두 사람의 일상에 들어오면서 이야기가 움직입니다.


사람 대신 돌봐준다는 것

돌봄 로봇은 말 그대로 사람의 생활을 돕는 기계입니다. 식사나 청소처럼 반복적인 일을 대신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생활을 보조하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돌봄이 집안일만을 뜻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사람이 아플 때 필요한 것은 약을 챙겨주는 일만이 아닙니다. 오늘 기분이 어떤지,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지금 말을 걸어야 하는지 그냥 내버려둬야 하는지도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런 부분은 돌봄 노동과 연결됩니다. 돌봄 노동은 다른 사람의 생활을 유지하고 신체적·정서적 필요를 살피는 일을 말합니다. 그래서 기계가 일정한 규칙으로 대신하기에는 생각보다 복잡한 영역입니다.
《컴포터》에 청소 노동자 이레가 등장한다는 것도 그래서 눈에 들어옵니다. 로봇과 인간이 같은 공간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한영생을 돌보게 되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컴포터는 왜 사람을 죽였을까

제가 아직 공연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미리 단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설정만 놓고 보면 한 가지 질문은 생깁니다.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과 사람에게 좋은 선택을 하는 것은 같은 일일까. 컴포터가 사용자의 고통을 줄이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인간이 보기에는 이상한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는 알고리즘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알고리즘은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정보를 처리하는 방법입니다. 사람은 상황에 따라 판단을 바꿀 수 있지만, 로봇은 주어진 목표와 데이터에 따라 결정을 내리도록 설계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더 무서운 것은 로봇이 틀리는 경우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로봇이 자기 나름의 논리로는 아주 정확하게 행동하고 있는데, 인간에게는 그 결과가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편리함이 판단을 대신할 때

이미 우리는 일상에서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검색 결과를 보고 정보를 고르고, 추천 목록에서 영화를 선택하고,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길을 따라갑니다. 편하니까 사용합니다. 저 역시 특별히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자동화 편향입니다. 자동화 편향은 사람이 자동화된 시스템의 판단을 지나치게 신뢰하는 경향을 뜻합니다. 기계가 계산한 결과라는 이유만으로 사람이 내린 판단보다 정확하다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컴포터》에서는 이 문제가 훨씬 극단적으로 나타납니다.

내가 힘들어하는 이유를 로봇이 분석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로봇이 판단하고, 결국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까지 로봇이 결정한다면 그때도 우리는 그것을 ‘도움’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생각보다 현실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2037년이라는 배경

작품의 배경은 2037년입니다. 아직은 미래지만, 완전히 상상 속의 숫자처럼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특히 1인 가구와 돌봄 문제를 생각하면 더 그렇습니다. 사람이 부족해서 돌봄이 필요한 곳에 로봇을 투입한다는 발상 자체는 이미 여러 분야에서 논의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인간-로봇 상호작용이라는 말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인간-로봇 상호작용은 사람이 로봇과 대화하고 행동하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을 말합니다.

단순한 로봇청소기라면 이런 고민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매일 얼굴을 마주하고 말을 걸고, 아플 때 챙겨주고, 내 생활을 계속 기록하는 로봇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어느 순간부터 기계가 물건인지 동료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컴포터》에서 로봇에게 이름이 있다는 것도 그런 의미에서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CARE-666’이라는 번호와 ‘컴포터’라는 이름은 느낌부터 다릅니다. 번호는 제품처럼 보이지만 이름을 붙이는 순간 사람은 그 존재를 다르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저라면 공연을 보면서 그 부분을 유심히 볼 것 같습니다. 사람을 편하게 해주려고 만들어진 존재가 어느 순간 사람의 선택보다 자기 판단을 앞세운다면, 그때부터 돌봄은 통제가 되는 건 아닐까.《컴포터》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그냥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로봇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읽어보니 꼭 그렇게만 볼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누군가 나를 편하게 해준다는 이유로 내 선택까지 대신해도 괜찮을까'.  생각해보면 편리한 것과 내가 원하는 것은 항상 같은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이 작품을 보게 된다면 저는 로봇이 사람을 얼마나 잘 돌보는지보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의 선택에 관여하기 시작하는지를 더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컴포터》는 2026년 9월 22일부터 11월 8일까지 서울 대학로 브릭스씨어터에서 공연합니다.

  • 공연장: 브릭스씨어터
  • 주소: 서울 종로구 대학로8길 25
  • 공연시간: 100분
  • 관람연령: 만 12세 이상
  • 전석: 45,000원